성폭력을 겪은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드라마 델 로사리오는 일상을 되찾기 위해 회복에 나서고, 그 과정을 직접 영상으로 담는다.
프로그램 노트
커런트이슈 Current Issue ② 강요된 비밀
< 난 괜찮아 (그리고 너도 그렇지 않아) >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성폭력의 경험 이후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은 한 사람이 자신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카메라 앞에서 드러내기로 결심한 감독은, 독실한 가톨릭 집안인 필리핀 가족과의 관계, 미국인 남자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성폭력 현장에 있었던 친구와의 관계까지 조명한다.
성폭력 이후 피해자가 마주하는 낙인과 피해자다움 그리고 트라우마가 남성 동성애자에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이 작품은, 한국 사회에서도 특히 비가시화된 남성 관계 내 성폭력 문제 논의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작품이다.
한편 <숨바꼭질>은 청소년 퀴어가 정체화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단면을 담아냈다.
자신을 남성 동성애자로 정체화한 중학교 청소년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탐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도 제대로 된 교육이나 정보 없이 말이다. 일부에선 포괄적 성교육은 위험한 것이며 아이들을 성에 ‘노출’시키고 ‘문란한’ 세계로 이끄는 지름길이라고 매도하지만, 그것이 없는 세상, 지금 한국 사회의 청소년들은 안전한가?
<숨바꼭질>에서 자오웨이가 마주하는 문제들은 그가 남성 동성애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성정체성과 상관 없이 많은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첫경험’으로 미화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엇인지 조차 알 수 없이 지나갔던 그 경험을 솔직하게 마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