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들〉은 결혼으로 한국에 와 길게는 20년 이상, 짧게는 3년 동안 정착해 터를 잡고 사는 여성들의 삶을 한데 모았다. 엔딩 크레디트에서도 밝혔듯, 결혼 이주 여성들 혹은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이 ‘여러 달 함께 대화하며 이야기의 씨앗을 만들’어 완성한 각본이자 영화다. 극영화라는 틀 안에서 그녀들의 팍팍한 삶에 작고 소중한 환기의 시간을 마련하는 게 얼마간 가능하게 된다. 생일을 앞둔 마닐린은 고향의 바다가 보고 싶다. 그녀의 이 그리움을 모티프 삼아 영화는 지근거리에 사는 결혼 이주 여성들을 버스에 태우고 바닷가로 소풍을 떠난다. 먼저 버스에 오른 여성들은 뒤이어 버스에 오를 친구들을 환호와 박수로 기쁘게 환대한다. 이렇게 누군가 버스에 오르면, 그때마다 그녀들의 지난 이야기가 플래시백처럼, 회상처럼 이어질 것이다. 하루 전, 한 달 전, 10년 전, 30년 전으로 거슬러 가면 한국 사회에서 결혼 이주 여성으로서 산다는 것의 고됨과 힘겨움이 있다. 1년에 제사만 여덟 번을 지내야 하는 가사 노동과 여전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 앞에서 그녀들은 때론 감당하고 때론 저항할 것이다. 이 짧은 영상에 미처 담지 못한 그녀들의 지난 시간은 수없이 많다. 물론, 떠나온 곳을 향한 그리움과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의 긴장도 잊을 수 없다. 그녀들이 마침내 도착한 곳은 한국의 어느 고요한 바닷가. 소박한 이날의 소풍이 켜켜이 쌓인 삶의 무게를 단박에 해소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좋은 친구들〉은 숨통을 트고 신나게 웃는, 함께하는 그 시간에 오롯이 집중한다.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알아주는 동병상련의 벗들이 있기에 잠시 괜찮지 않겠느냐고. (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