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세입자로서 집을 구하는 것은 일종의 ‘자격시험’이다.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평가하는 비정한 반성의 시간이며, 집주인의 간택을 초조히 기다리는 심판의 순간이다. 이제 한국 여성 현경과 흑인 이주민 데이빗 커플이 이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어머니의 복덕방에서 일을 돕다 이들의 여정을 함께 하게 된 현경의 ‘구남친’ 재광은 집주인들이 싫어할 테니 ��이빗과 동행하지 말라고 현경에게 충고한다. 재광의 인종차별적 충고에 불쾌해하는 현경. 하지만 재광의 예언처럼 집주인들은 퇴짜를 놓는다. <복덕방>은 ‘주거’라는 삶의 기본 조건조차 확보할 수 없는 청년 세대와 이주민의 현실, 그리고 이주민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정주할 수 없어 고단한 ‘길 위의 존재’를 어루만지는 최병권 감독의 시선이 돋보이는 <복덕방>은 제6회 디아스포라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라 할 것이다. (DIAFF6, 이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