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재하는 뇌졸중으로 죽은 엄마가 일하던 삼계탕집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 뜨겁고 무거운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또는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을 치우느라 모두가 정신이 없는 식당 안. 그 분주한 가운데에서 문득문득 엄마의 흔적을 마주하게 되는 재하.
거나하게 취해 주사를 부리는 손님, 절대로 살갑지만은 않은 동료들,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사장... 그 모든 순간들에서 엄마가 아니 '미진'이라는 사람이 이 곳에 있었음을 느끼게 된다.
'엄마에 대한 추억은 별로 없어요. 안 친했거든요.'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재하에게는 이제서야 엄마와의 추억이 조금 생겼을 지도 모르겠다. 실로 새겨놓은 이름이 흐릿해질만큼 닳아버린 엄마의 양말을 보면, 이제는 삼계탕 그릇을 나르고 치우던 그 하루가 생각날테니까.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2019) 제14회 여성인권영화제(2020) 제6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2020)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