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선의 취미는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필카 동호회에서 출사를 가기로 한 날, 희선은 당직 근무를 서게 되고, 설상가상 아버지가 카메라를 팔아버려 갈 수가 없게 되었다. 게다가 어머니는 희선과 상의 없이 보험에 가입해 더더욱 짜증이 난다. 생각보다 일찍 퇴근하게 된 희선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회사 근처를 배회하다가, 카페에서 우연히 동호회 사람들을 발견하는데...
우리 삶에는 잠깐 멈춰서 마음을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목적 없이 걷다가 만나는 길과 사람들, 또 그들과 주고받는 가벼운 호의들, 봄볕의 따사로움 같은 것들이 현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희선을 따라 봄의 시공간을 거닐다보면, 이따금씩 '배회의 시간'이 '헤매는 시간'이 아니라 '나의 길'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