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어두운 집에 혼자 앉아 우주에 대한 책을 읽는다. 싸우는 부모를 피해 달아날 곳은 바로 그 두꺼운 우주에 대한 책과 작은 욕실뿐이다. 여느 날처럼 싸움을 피해 욕실로 숨어들었던 날, 책 속에서만 보았던 아름다운 우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어둠뿐인 현실과 달리 총 천연의 빛깔이 가득한 그 세상에서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뛰논다.
17557, 25653, 29659. 이 암호와도 같은 숫자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신고된 가정폭력 건수라고 한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도망갈 곳 없는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지, 숫자를 정확히 헤아리기도 전에 아득해진다. 현실과 우주의 극명한 대비로 암울한 현실이 더 도드라져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남긴 보랏빛 발자국에서 ‘그래도 희망’을 기대하게 하는, 아니 희망의 미래를 간절히 바라고 다짐하게 하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