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인 은하와 서우는 연인이다. 어느날 서우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은하는 서우의 부모님과 조우한다. 은하의 친구는 말한다. ‘도장만 안 찍었지 부부나 다름없잖아’. 하지만 ‘도장’의 힘은 크다. 도장이 없으면 애인이 아플 때, 내가 아플 때 우리를 지켜낼 합법적인 힘이 생기지 않는다. 현재의 가족제도 하에서 은하와 서우가 얼마나 치열한 관계를 맺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족’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제도의 바깥에 있음을 절감하는 순간 ‘우리’는 한없이 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