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영화제

개막작개막작

2022년 2월, 폴란드 국경 인근의 산악지대에서 휴가를 보내던 감독은 전쟁을 피해 폴란드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는 그의 부모와 그에게 형제와도 같은 반려견 니카가 살고 있다. 포화로 휩싸인 피난길 도중에 겁에 질린 니카는 차에서 뛰쳐 나가고 가족들은 니카와 헤어진다.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를 탈환하고서야 니카를 찾아 키이우에 들어갈 수 있던 감독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전쟁 뒤에 남겨진 동물의 구조를 위해 헌신하는 활동가들을 만난다. 쉽게 닿을 수 없는 니카를 향한 여정은 감독과 관객 모두를 동물구조 활동가들이 보여주는 헌신과 의지의 실천으로 인도한다. 영화는 전쟁이라는 비상상황이자 예외상태 속에서 동물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 책임을 무겁게 보여준다. 전쟁이 인간동물, 비인간동물 모두에게 예외상태이자 비상상황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 사��의 범주 안에서 인간이 마련한 자리에 위치한 비인간동물이란 그 자체로 예외상태의 존재인 것은 아닌가라는 깊은 고민으로 관객을 이끈다.

SAFF 단편경쟁

SAFF 단편경쟁은 지난해 신설된 서울동물영화제 유일의 경쟁 프로그램으로, 1년 만에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84개국에서 총 685편이 출품되어 지난해 25개국 102편에서 큰 폭으로 출품 편수가 늘어났으며, 주제와 형식의 측면에서도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사유와 도전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다수 모였다. 이 중 22편의 작품이 예심을 거쳐 영화제 기간 극장과 온라인 상영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동물의 서식지 침범, 육식 위주의 식단, 인간 중심의 인간동물-비인간동물 관계, 생태계에 대한 관찰과 근심 등 동물권에 관련한 다양한 탐구들이 담겨있다. 형식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큐멘터리의 다양한 시도이다. 에세이 형식의 다큐멘터리, 관찰, 실험, 극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결합과 같은 단편 다큐멘터리 형식은 동물을 비롯한 비인간 존재들을 대하고 표현하는 카메라의 태도와 거리, 그리고 촬영 방법에 대한 성찰로 그 자체가 주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에 이어 수작 애니메이션도 다수 본선 진출작에 포함되었는데, 표현과 상상의 한계를 한층 더 확장하며 동물영화의 도전적인 사례들을 만들었다. SAFF 단편경쟁 본선 진출작들은 각 상금 500만 원과 200만 원이 수여되는 작품상과 관객상의 후보가 된다.

폐막작 - 그만먹개(犬) 캠페인 2023

꽃밭에 나란히 앉아 인생의 짝꿍 점순이를 쓰다듬는 어머니의 다정한 손길… 점순이와 다를 바 없는 같은 개인데 뜬장에서 살다 도살되는 개들은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다른 개들과 함께 철창 안에 짓눌린 채 트럭 짐칸에 실려 가던 개는 반려견 놀이터에서 산책 중인 개와 맞닥뜨린다. '누군가 잘 키워 주겠지'라는 마음으로 버려진 솜이, 귀를 팔랑이며 산책하는 대문이, 제주도 가파도의 빈집에 홀로 묶여 있던 백구가 '파도'라는 이름이 생기기까지 다섯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그만먹개(犬) 캠페인’은 개식용 종식을 목적으로 영화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제작한 릴레이 영상 프로젝트이다. 다섯 편의 연작들은 관객들이 영화에 등장하는 개들과 눈을 맞추기를 바라고, 개들의 시선으로 세계를 보길 바란다. 개들이 삶을 가진 존재임을, 그 삶을 상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였다.

비전과 풍경

최근 제작된 동물과 동물권 관련 중요한 신작들을 모은 섹션으로, 세계 각지의 동물들이 자리한 풍경과 비전을 전하는 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비판, 동물구조, 번식장 비판, 개식용 반대, 생태 위기, 반려동물 돌봄, 인간과 비인간동물 간 관계, 자연의 경이 등 익숙한 동물권 영화의 주제를 다루지만, 표현과 전달의 방식은 다양하며 독창적인 시도들이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동물을 생각한다는 것이 어떻게 영화를 한층 더 사려 깊고 다채롭게 만드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SAFF 쟁점 | 교차하는 타자성: 동물의 위치

서울동물영화제 SAFF 쟁점은 매년 특정 주제를 선택해 영화를 상영하고 포럼을 통한 토론장을 생성한다. 올해 SAFF 쟁점의 주제는 ‘교차하는 타자성: 동물의 위치’로, ‘교차성' 담론에 동물권, 비인간동물의 문제에 대한 적극적 기입을 모색한다. 타자, 타자성 그리고 타자성 간의 교차에 대한 논의가 치열한 가운데 이러한 ‘교차성'의 담론에 동물권, 비인간동물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보고, 동물과 동물권의 위치, 인간동물-비인간동물 사이의 위계와 연계성에 대해 질문한다. 장애인으로서 동물실험으로 만들어진 약과 치료를 거부했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동물실험의 대안을 지지하는 장애인과 불치병 환자들(DIIAAR)'을 결성하여 의사연합, 제약회사와 격렬하게 싸웠던 정치인이자 운동가 도나 스프링의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 유기되고 학대당한 고양이와 그 고양이들을 돌보는 노숙자, 그리고 또 그들을 살피는 활동가를 기록한 , 교감과 상호작용이 어떻게 위계적으로 작동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하는 , 공장식 축산업은 어떻게 인간 중심적이면서 동시에 젠더적인지를 보여주는 , 동물을 촬영한다는 것이 타자를 대상화하는 영화 촬영과 타자화의 위계에 대한 생각으로 연결되는 을 상영한다. 연계 포럼에는 페미니즘, 퀴어, 장애인권, 난민, 생태 등 다양한 영역들과 동물권을 교차하며 사유하고 운동해 온 연구자, 활동가들이 참여한다.

특별전 | 식물의 낮과 밤

몇 년 간 실내 생활로 인한 ‘반려식물’과 생태 위기로 인한 녹색환경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했다. 식물의 낮과 밤은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생산하는 ’식물적‘ 삶, 식물과의 돌봄 관계, 생태 위기와 관련한 녹지파괴, 식물을 영화로 포착하기 등 식물과 인간 삶의 관계를 살펴보는 6회 서울동물영화제의 특별 프로그램이다. 스코틀랜드 최초의 여성 장편영화 감독이자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시인 겸 영화감독 마거릿 테이트의 , 마거릿 테이트가 정원과 자연, 동물을 담는 방법을 탐구한 루크 파울러 감독의 , 관엽식물과 복화술로 대화하는 제시 맥클린 감독의 , 온실 산업을 고발하면서도 다큐멘터리와 SF의 경계에서 새로운 화법으로 말을 건네는 , 전 세계에서 모인 숲의 푸티지를 담은 이 상영된다.